비트코인

암호화폐의 역사, 기술 그리고 원리(분산금융)

스말스말스말 2022. 11. 2. 13:49

*블루팬넷 CFO 정재웅님의 '암호화폐의 역사와 기술, 그리고 분산금융' 논고를 보고 공부차원에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인터넷에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중앙은행 또는 금융중개기관 없이 개인과 개인이 자유롭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던 이 문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당시 사람들에게 급격하게 퍼져나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암호화폐 등장의 기원이 되다.

암호화폐의 기술과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그 배경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이 시기에 저신용자 계층은 변동금리로 계약되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2007년 9월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며 위기가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소유하고 있는 주택 가격에서 부채를 뺀 금액(Home equity)이 유일한 재산인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인상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갚아야 할 대출 이자 또한 늘어나 버렸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자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도가 증가하였고, 이러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도 2008년 9월 14일 파산하게 됩니다. 문제는, 리먼 브라더스에서 발행한 CDS를 가장 많이 인수한 회사가 미국 굴지의 보험사 AIG였죠. 당시 AIG는 130개국 이상에서 영업 중이었고 미국 근로자 총 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억 600만명을 고용한 18만개의 중소기업 및 여타 법인체에 상업보험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AIG의 붕괴는 미국과 해외 양쪽에서 더 많은 초대형 금융회사들의 도산을 촉발할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결국 미국 연준과 재무부는 더 큰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AIG에 대한 구제금융을 결정했고 AIG의 파산 보호 신청 소식에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연준은 채권시장에서 미국 재무부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세 차례 실시하여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경제를 다시 활성화 시켰지만 일각에서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화폐의 가치를 주도한다는 불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죠.

 

암호화폐의 기술

암호화폐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을까요? 법정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통제합니다. 금리인상, 양적완화 등 어떠한 조치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보유한 돈의 가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불만이었죠. 근본적으로 말하면, 돈의 가치는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데 사람들이 가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중앙은행이 돈을 발행하고 가치를 유지해준다는 신뢰가 있어야하는데 2008년의 짐바브웨처럼 부정부패, 정치 불안정,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중앙은행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면 한 분기에만 7.3*10²²% 폭등하는 극단적인 예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앙통제에 반하는 성격을 가진 암호화폐는 어떻게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채굴과 보상을 통한 인센티브 메커니즘입니다. 비트코인은 누군가 발행하는 것이 아닌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 획득됩니다. 채굴이란, SHA-256 해시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 문제의 해를 가장 먼저 찾는 네트워크 참여자가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새로운 블럭의 소유권 즉, 비트코인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앙에서 발행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 아닌 것이죠.

비트코인은 비록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제한된 생태계 내에서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로서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를 해킹하거나 공격하여 비트코인의 소유권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 방식입니다. 작업증명이란, 말 그대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새로운 블록을 생성해서 연결하는 작업을 완료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블록을 생성해서 기존 체인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새 블록의 블록 해시를 계산해야 하는데 이는 컴퓨터의 연산을 통해 해야하고 가장 빨리 블록 해시를 찾는 네트워크 참여자가 보상을 받기에 '가장 빨리 계산한 네트워크 참여자'는 비트코인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증명 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업증명 방식은 블록의 소유권을 인정받는 것 외에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바로 해커의 공격이나 위조, 변조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블록체인이 생성되었다는 것은 기존의 체인과 연결되었다는 뜻이고 이는 모든 채굴자들에게 전파되고 기록되어 다음 계산을 요구하게 됩니다. 즉, 새로운 블록체인은 이전 블록체인의 기록을 가지고 있어 해커나 네트워크 공격자가 블록 하나를 변조하려면 연결된 모든 블록의 정보를 변경해야 하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어 연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블록에 기록된 내용을 변경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공격이 성공하려면 네트워크 전체 연산 능력의 51%를 보유해야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보유하는 즉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폭락할 것이기에 오히려 공격자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작업증명은 '이중지불(double spending)'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중지불이란 모든 전자화폐에 해당하는 문제로 화폐가 실물이 아닌 컴퓨터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현재의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중개기관(중앙은행)에 위탁하여 거래를 체결하는 것이 있습니다만 중개기관이 해킹당할 경우 모든 데이터가 손실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 거래는 새로운 블록에 탑재되며 이렇게 생성된 블록은 작업증명 과정을 통해 가장 먼저 해시값을 찾은 참여자에게 귀속됩니다. 만약, 한사람이 동시에 두 거래를 시도해도 두 거래 중 하나만이 기존 네트워크에 연결될 수 있기에 다른 거래는 자연스레 취소되는 것입니다. 이중지불을 막을 수 있는 작업증명 메커니즘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신뢰도를 향상시킵니다.

 

탈중앙화 금융 : 블록체인의 금융 혁신 시도

비트코인은 금융위기 발생과 그로 인한 금융구제 및 양적완화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법정화폐를 사용하고 기존의 금융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저 투자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입니다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보다 접근성이 좋고 투명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자산 토큰화가 있는데, 값비싼 예술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여유 자산이 없을 때 자산 토큰화를 이용하여 일정 지분을 소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도 대표적인 예인데, 이는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탈중앙화 금융은 분명 기존 금융과는 다른 서비스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 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암호화폐에 기반한 탈중앙화 금융은 은행이나 금융 서비스가 미비한 개발도상국 혹은 저소득 계층 및 저신용자가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결론

나마모토 사토시가 백서에 언급한 '금융회사에 방문하지 않고 개인간 거래가 가능한 순수한 전자화폐'라는 내용은 현재의 비트코인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등장은 관련된 기술의 발달과 금융시장의 혁신을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초입단계라는 것을 감안할 때, 많은 개선점과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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